"너의 이름은 도훈이야 권도훈.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이름은 이수진, 딸 이름은 아람이. 아무것도 기억 못하겠지만…”
 
드라마 속 30대 남자 주인공은 나이를 잊어버리고 딸의 이름조차 기억을 못한다. 기억이 돌아올 땐 화를 내고 자책한다. 최근 종영된 JTBC <바람이 분다>의 일부분이다. 이처럼 젊은 나이에 치매에 걸리는 환자가 최근 10년 동안 4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인 수치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 '젊은 치매' 환자가 10년 동안 4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maxpixel

기억력 감퇴보다 성격장애 먼저 진행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노인 기준인 65살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이 걸리는 ‘초로기 치매’ 환자가 최근 2009년 1만 7,000명에서 2019년 6만 3,000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초로기 치매’는 노년기 초반에 오는 치매란 뜻한다. 편의상 ‘젊은 치매’로 지칭하는데 최근 전체 환자 열 명 가운데 한 명이 ‘젊은 치매’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40살보다 어린 경우도 1,069명이었다.
 
‘젊은 치매’는 노년기 치매와 차이가 있다. 유전 가능성이 크다. 대개 ‘젊은 치매’의 3분의 1은 ‘알츠하이머성 치매’다. 부모 중 한 쪽이 ‘알츠하이머병’ 유발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럴 경우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50%다. 증상 차이도 있다. 기억력 감퇴보다 성격 장애가 먼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두통이나 보행장애도 동반한다.
 
혈관이 막히거나 음주 등 나쁜 습관 때문에 생기는 ‘혈관성 치매’도 있다. 주로 편두통 증상을 호소한다. 이후 기억력이 소실되는 치매로 발전한다. 성격이 바뀌어 이전보다 화를 잘 내고 행동이 변하는 것도 치매 증상 중 하나다. ‘알코올성 치매’도 초로기 치매 원인의 약 10%를 차지한다. 음주 후 흔히 말하는 ‘필름 끊기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초로기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
 
우울증으로 착각, 진단과 치료 늦어져

문제는 ‘치매는 노인성 질환’이라는 인식 탓에 진단과 치료가 늦다는 것이다. 또한 젊은 치매 증상 자체가 우울증이나 갱년기 증상, 피로와 비슷한 면이 있어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40~50대에 치매를 앓게 되면 사회활동이 단절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도 문제다. 노인성 치매는 사회적 안전망이 비교적 갖춰져 있는 한편 초로기 치매는 그렇지 않다. 이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가 느끼는 좌절감이 크다. 국가가 이런 치매 환자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젊은 치매’는 음주나 흡연, 식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치매를 치료하는 약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약물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생활습관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이전에 하지 않았던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또한 “만성질환인 고혈압이나 당뇨, 심장병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과음과 흡연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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